궁극의 서 1부: 조우의 서
W. 즈피
안녕, 내 목소리가 들려?
우스운 질문이지. 세계에 속한 너는, 세계의 문맥 밖에 있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테니까.
나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세계 밖에 있으나 세계 안에 있는 것. 누구도 아니지만 누구든 될 수 있는 것. 너의 타자이자 너 자신. 마법을 초월한 것이자 마법 그 자체.
네가 마도서의 주문을 영창할 때 살짝 삐끗한 마소를 원래 위치로 되돌려 주거나, 어긋날 뻔했던 인연을 우연에 기대 마주치게 하지. 우산을 갖고 나오지 않은 날 비를 금방 그치게 하거나, 우산을 건네 주는 인연을 만나게 해. 때로는 변덕스레 네 우산을 뒤집어 버리기도 하고, 쫄딱 젖은 네가 난로의 온기를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들어.
이 모든 일은 네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치 않은 일. 살며 쉽게 잊어버려 큰 의미가 되지 못 하는 일. 나는 그런 일들을 네 곁으로 인도하는, 아주 희미한 도움의 손길. 순간의 종말을 다음 순간으로 이어, 마침표를 쉼표로 만드는 짤막한 사슬.
너희는 나를 【행운】이라고 부르더구나.
가로되, 너는 운명을 찾아가는 자. 새로운 세계를 방문한 너는 이제부터 운명의 키를 잡고 세계를 항해하겠지.
그런 너희에게 나는 나침반도 별도 되어 줄 수 없지만, 그저 언제나 너희를 지켜볼 수는 있어.
언젠가 반드시 세계 밖에도 닿을 너를, 나는 이 이야기의 표지 너머에서 기다릴 거야.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언젠가 반드시 만나자.
이 영원한 사랑을 네게 보낼게.
“만남이야말로 생명, 이별이야말로 마법.”
그리고 마법과의 첫 만남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이루어진다.